[일상] 일상에서 추억이 되어버린 옛집, 그리고 참외가 주렁주렁 열린 새집 화단 기억하고 싶은 일상

내가 지난 16년 동안 살았던 우리집은,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사람으로 치면 한창 사회활동을 할 건장할 나이였지만, 집은 그렇지 못했다.

낡은 집은 여름에는 바깥보다 더웠고, 겨울엔 코가 시릴만큼 추웠다.

외관이 볼품없었지만 사는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대문 윗부분의 한 귀퉁이가 와르르 무너졌다. 지나가는 사람이 없었기에 다행이었지,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부모님은 결단을 내리셨다. 집을 아예 허물고 새로 짓기로.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 공사를 했다.


원래 우리집처럼 정감이 있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같은 터에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새집이 생겼다.

새로 지은 집은 내가 원래 살던 집 보다 더위를 잘 막아주었다.

화장실도 깨끗했고, 단열이 잘 되어 겨울에 샤워를 해도 춥지 않았다.

그대신에 우리는 마당을 잃었다.




감나무는 지팡이 마냥 초라하고 볼품없었는데, 시간이 흐르며 높이높이 자랐다.

덕분에 골목에서 집안이 잘 보이지 않게 가려주었고, 현관문을 열고 거실에 앉아있으면 그 푸르름에 기분이 상쾌해졌다.





눈만 즐거운 것이 아니었다. 가을에 열리는 감을 따는 것 또한 쏠쏠한 재미였다.








특히 5월에 피던 장미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오가는 사람들의 기분까지 좋게 했다.

엄마는 가지도 자르고, 비료도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을 주었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매일 바라보았고, 예쁘다고 말을 하셨다.







그런데 감나무, 벚나무, 라일락, 장미가 있었던 마당이 없어졌다. 장독대도 없어졌다.

봄에는 싹이 돋았고, 여름에는 꽃이 피었고, 가을에는 열매가 익어갔고, 겨울에는 하얀 눈을 덮고 있었던 마당이 없어졌다.

마음이 헛헛했다.

집에 더불살이하고 있는 나의 마음이 이러했는데, 집주인인 부모님의 마음을 내가 어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자 부모님은 옥상에 화단을 꾸미셨다.

꽃시장에 가서 흙을 사오시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주택에서 계단으로 흙을 옥상까지 올리셨다.

자갈을 깔고 그 위에 흙을 부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나무를 사다가 심으셨다.

십년이 넘는 기간 가꾸어왔던 옛날의 마당에 비하면 참 소박했다.



마당이 있던 시절에 그랬던것 처럼, 엄마는 과일껍질을 화단에 묻으셨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고 화단에는 거름을 주는 1석 2조의 효과가 있었다.

올 여름에 유난히 참외, 수박, 메론을 많이 먹었고, 껍질을 묻으며 자연스럽게 그 씨도 같이 묻히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가보니 참외 싹, 수박 싹이 올라와있었다고 했다.

지난 여름에도 수박싹이 났으나 금방 시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엄마는 수박 싹을 솎아 내고 참외 싹만 두었다고 했다.

그렇게 더운 날들이 얼마나 지났는지 엄마도 잘 모르신다.


어느날 문득 보니 참외가 열려있었다. 그것도 성인 남자의 주먹보다 훨씬 큰 참외가 3개나 열려있었고, 꽃이 열매로 변해가는 과정 중에 있는 자그마한 열매는 열손가락으로 다 셀 수도 없이 많이 열려있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열매가 열린 것이 신기했고, 누구 하나 애정을 쏟거나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자란 것이 기특했다.


유난히 더웠던 날씨 덕분이었을까.

따가울 정도로 햇볕이 내리쬔다고 생각했었는데, 내리쬐는 햇볕에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고 있었나보다.

이렇게 새집에 새로운 애정이 생긴다.



덧글

  • 명품추리닝 2017/08/20 22:40 # 답글

    장미가 정말 예쁘네요. 옥상에서도 피울 수 있겠죠?
  • hyeonme 2017/08/28 23:22 #

    물이 잘 빠지고 해가 잘 들면 괜찮을 것 같아요~ 예쁜 옥상 가꾸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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