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런던] 17년 6월 내셔널 갤러리, 그리고 쇠라 아스니에르에서의 물놀이 +2017 영국/런던

여행했던 순서와 관계 없이, 내게 큰 강렬함을 준 곳부터 기록하고 소개해야겠다.


런던에서 함께 프림로즈힐에서 야경을 보았던 분들이 왜 여행지로 런던을 택했는지를 물으셨다.

공원이랑 미술관을 좋아해서요,라고 대답했다.







6월 5일에, 그리고 6월 6일에 내셔널 갤러리를 갔다.

내셔널 갤러리는 17세기, 18세기의 그림을 전시하고 있어서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인상파 화가의 작품들이 많다.

내셔널 갤러리는 고흐의 해바라기가 전시된 곳이고, 영국을 대표하는 화가, 윌리엄 터너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인상파 그림을 좋아하는 나는 신나서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러 갔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입구가 막혀있고, 안내판이 붙어있다.



1800년대 후반 작품들의 갤러리가 리오프닝을 준비하고 있으며, 해당 갤러리의 작품 중 주요한 작품들만이 지하층의 D 갤러리에 있다고 한다.

하... 이런 일이 있다니... 아쉽다 못해 속상한 마음이다.

그래도 반고흐의 해바라기는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D 갤러리를 찾아갔다.



갤러리 D를 찾았다. 멀리서도 해바라기가 보인다. 







그런데, 해바라기보다 더 강하게 다가온 그림이 있었다.


조르주 쇠라의 '아스니에르에서의 물놀이' 이다.

그림의 크기가 굉장히 크다. 그 크기가 어느 정도냐면, 가운데 앉아있는 소년의 크기는 실제 사람의 크기와 비슷하다.



이 그림이 왜 날 그렇게 오래 붙잡았을까. 나는 한참을 그림 앞에 서 있었다.

일단은 큰 크기에서 압도감을 느꼈다.

그리고 색감이 조화로웠고 사랑스러웠고 아름답다고 생각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고요하고 서늘하고 차가웠다.

상반된 느낌이 동시에 느껴졌다.



왜 이 그림에서 서늘함을 느꼈을까. 한참을 바라보고 생각했다.


모두가 표정이 없다. 심지어 그림속의 강아지도 표정 없이 어떤 곳을 바라만 보고 있다.

표정을 보여주는 눈 역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한가지, 그림속에 크게 5명이 보이고, 저 뒤로 배를 탄 사람들도 3명이 보이는데,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그저 각자 앞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서 나는 고요함을 느꼈나보다.



서늘함에 고요함이 얹혀졌고, 나는 이 그림이 차갑다고 느꼈다.



그런 반면에 따뜻함도 느껴진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색감 때문이다.

초록색 들판, 파란색 강물과 하늘, 붉은 계열의 팬츠와 모자가 잘 어우러져 그런 느낌을 주는 것 같다.


구도도 매우 안정적이다. 모든 것들이 자기가 있어야 할 위치에 있다.

멀리 보이는 나무들도 그렇고, 공장의 굴뚝에서 피어나는 연기도 그렇다.


그리고 이 그림이 따뜻한 또 다른 이유.

그림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풀 속에 민들레를 발견했다. 귀여움과 잔망스러움에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쇠라는 인상파이고, 점묘법으로 잘 알려져있다. 대표작은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이다. 내가 아는 것은 이정도일뿐이다.

그런데, 그 그림을 직접 보고 느껴지는 것은 지식과 무관하다고 본다. 내가 가진 지식이 넉넉하지 않음에도 그림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자체에서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비엔나의 벨베데레에 가서 클림트의 '키스'를 봤을 때도 그랬다.

내게 그때까지 클림트는 그냥 유명한 화가였다. 그런데 원작 앞에 섰을 때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리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너무 아름다워서.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신다면, 그리고 그곳에서 발걸음을 붙잡는 그림이 있다면

그 앞에 오래 서 계시길, 그리고 그 그림을 천천히 음미하시길, 그래서 더 깊이 감동받으시길 바란다.

덧글

  • 솔다 2017/07/18 15:08 # 답글

    우와, 포스팅 덕에저 그림을 같이 즐겼습니다, 감사해요
  • hyeonme 2017/07/20 23:03 #

    즐겼다고 해주시니 기분이 참 좋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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