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빈, 오스트리아] 2016년 6월 4일, 카페자허, 성슈테판성당, 피그뮐러, 페터성당 +2016 오스트리아/체코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게으른 속도로나마 끄적이게 만든다.

그리고 기왕이면 잘 끄적이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한다.


사실 기록하지 않은 기억은 사라지기 쉽다.

휘발하는 기억을 붙잡아 두려고 포스팅을 하는 것이 아닐까.

내 여행을 반추하며 기억속에 차곡차곡 정리해서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기회가 내게 주어진다는 것이다.

내가 보았던 것, 그때 들었던 소리, 내가 느꼈던 감정을 하나하나 다시 곱씹을 수 있다.

아,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갔었지, 내가 그때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그래, 그날은 햇살이 저렇게 눈이 부셨지,라고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것.






빈대학을 나와서 카페 자허로 걸어간다.

토요일이기때문일까. 오후 4시라는 애매한 시간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나도 그 줄의 맨 끝에 가서 기다린다. 줄이 천천히 줄어든다.

몇명이냐고 물어보고, 1명이라고 대답한다.

작은 테이블이 빈 모양이다. 앞에 두팀을 젖히고 먼저 입장한다. 혼자하는 여행의 장점이다.


호텔 1층의 카페라서 고급스러운, 그래서 말도 조용조용하게 해야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여느 카페와 같은 분위기이다.




높은 의자에 올라 앉아, 높은 테이블 위에 메뉴판을 들여다보지만 사실 메뉴는 이미 정해져있다.

자허 토르테와 아인슈페너

자허 토르테는 촉촉하고 부드러운 초콜릿 케이크 사이에 살구잼이 숨어있고, 겉면이 초콜릿으로 코팅되어 있다.

달고 부드럽고 촉촉하다.

자허 토르테를 우리나라의 음식으로 비교하자면 초코빵, 딸기잼, 생크림의 3단 콤보에 초콜릿으로  코팅된, 전주 제과점의 초코파이를 떠올릴 수 있다.


사실 눈이 동그랗게 떠질만큼 특별한 맛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역사를 생각하며 먹으면 그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1800년대 초, 자허의 파티세리가 수상에게 디저트로 바치기 위하여 개발을 했고, 그 이후 빈 상류사회의 사랑을 받으며 오늘날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렇게 그 장소의 역사를 생각하면 그 느낌이 사뭇다르다.

내가 꼭 역사의 한 순간으로 이동한 것만 같은 느낌도 들고, 내가 있는 장소의 모든 움직임이 정지하며 그곳이 명화 그 자체가 되는 느낌이다.





다음 장소는 성 슈테판 성당이다.

가이드북에서 북탑에 올라가보라고 했지만.. 미사중이어서 안쪽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철창 틈으로 그 안을 들여다본다.

1137년에 착공하여 1160년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완공되었다고 한다.

1160년이면, 우리나라로 치자면 고려 의종때이다. 800년이 훌쩍 넘었다.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이곳에서 있었고, 영화 비포선라이즈에서도 성당이 등장한다고 한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성당 내부 전면의 중앙제단을 제대로 보지 못해 아쉽다.

작은 교회 건물을 손에 들고 있는 석상이 있는데 성당의 수호성인 성 슈테판이라고 한다.

그리고 제단 뒤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성직자들이 떼어내어 지하묘지에 숨겨둔 덕에 지킬 수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 푀츄의 성모는 미사 구역 바깥쪽에 있어서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원래 헝가리의 푀츄에 있던 것이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나보다.

그림 속 성모가 눈물을 흘리는 기적을 일으켜 황제가 명을 내려 빈으로 옮겨 왔다고 한다.

여행을 다녀오고 병을 낫게 해달라는 기도에 효염이 있다고 전해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진작에 알았으면 나도 우리 할머니 건강을 빌고 오는건데.



성슈테판성당의 외관

각 면의 모습이 모두 다르니, 이곳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한바퀴를 돌면서 모든 모습을 바라보시길 바란다.



다음 코스는 피그뮐러

사실 파리에 갔을 때도, 스페인에 갔을 때도, 가이드북에 소개된 맛집은 잘 찾아가지 못했다.

혼밥, 혼술 같은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는 요즘이지만, 그리고 혼자서도 밥을 잘만 먹는 나일지라도,

해외에서 맛집에 혼자 찾아가는 일은 왠지 어려웠다.

그런데 어쩐 일로 피그뮐러에 저녁을 먹으러 가야겠다는 용기가 났다.

본점에 갔는데 자리가 없다며 2호점으로 안내를 받았다. 그런데 2호점에도 자리는 없더라.

5분정도 기다려서 자리를 안내받고, 앉아서 주문을 했다.

슈니첼 1/2, 감자샐러드, 그리고 맥주

그런데 뭔가 착오가 있었는지 아저씨가 맥주만 가져다 주셨고, 이걸로 충분하겠냐고 내게 되물으셨다.

아니, 나는 슈니첼이랑 감자샐러드로 주문했어! 라고 말해서, 아저씨가 미안하다며 다시 주문을 받으셨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슈니첼, 감자샐러드, 맥주의 완전체 사진이 없다.



슈니첼은 돈가스랑 거의 비슷한데, 소스가 없어도 맛이 있다.

생레몬을 조각으로 받아서 즙을 짜내서 슈니첼 위에 뿌려서 먹으면 된다.

너무 즙이 많이 묻은 부분은 맛이 없더라. 시큼하기도 하고 눅눅하기도 하고.



감자샐러드는 뭐랄까... 단백질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나의 한끼에 든든한 탄수화물이며, 상큼한 무기질이 되어주었다.

사실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맥주는 Radler라는 상표였다. 과일 맛이 많이 나서 다시 찾아보니 소프트드링크와 라거의 혼합주라고 한다.

식사비용은 슈니첼 절반 8.9유로, 감자샐러드 4.7유로, 맥주 4.2유로 총 17.8유로


저녁을 먹어서 배가 부르다.

여행의 첫날이다 보니 조급해지기 쉬운데, 배가 부르니 여유도 생긴다.

마너에 들렸다.


이것저것 볼것이 많다.

사고 싶은것도 많지만 아직 쇼핑할 시간도 많기에 빈손으로 나왔다.


천천히 걸어서 18세기 초에 바티칸의 성 페터 대성당을 모델로 개축한 페터 성당으로 간다.

빈에 들려서 하나의 성당만 들어갈 수 있다면, 성슈테판 성당보다 페터 성당에 들어가길 추천한다.

성슈테판성당의 규모에 비하면 작은 성당이지만 성당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은 작지 않다.





그렇지만 중앙제단은 화려하고, 성모 승천을 주제로 한 천장의 프레스코화도 아름답다.




페터성당을 추천한 이유는 오르간 연주 때문이다.

주말에는 오후 8시부터, 평일에는 오후 3시부터라고 한다.


중앙제단과 마주보고 있는 2층에서 오르간 연주를 하는데,

오르간 특유의 음색과 성당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이 합쳐지면서 음악을 듣는 나까지 경건해지는 느낌이다.






오르간연주 덕분에 마음이 풍성해졌다.

풍성해진 마음으로 성당 밖으로 나왔는데, 9시가 다 되어가도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았다.


먼저 출발해서 부다페스트를 여행한 친구가 기차를 타고 빈 중앙역으로 온다고 했다.

친구를 맞이해서 함께 숙소로 가야지. 그리고 이제 내일을 위해 자야겠다.





덧글

  • 좀좀이 2017/02/06 14:02 # 삭제 답글

    여행기 읽으며 예전 2010년에 오스트리아 빈 여행갔던 것이 떠올랐어요. 특히 저 자허 토르테요. 초콜릿만 떠먹으면 너무 달다고 악평할 수 있다고 민박집 누나가 알려주었는데 그래서 더 궁금해서 초콜렛만 떼어먹었다가 강력한 단맛에 으엑 했었어요. 그때 저랑 같이 먹던 사람들 다 웃었었는데요 ㅋㅋ 자허 토르테는 지금 먹어도 또 똑같이 으엑 할 지 가끔 궁금해요. ^^
  • hyeonme 2017/03/05 18:42 #

    지금도 많이 달더라구요~ 단거 안좋아하시는 분들은 아마 지금도 으엑 하실 것 같아요ㅎ
  • 2017/02/18 14:17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hyeonme 2017/03/05 18:42 #

    감사합니다~ 자주 오셔서 자주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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